「포스트 21」 2026년 2월호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를 출력해 가져갔다면, 절도죄가 될까?”>
- 등록일2026.03.18
- 조회수79
법률칼럼 | 김한설 변호사의 사례로 보는 법률상식 ⑪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를 출력해 가져갔다면, 절도죄가 될까?”
- 사례 -
A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연구개발실에서 회사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설계도 파일을 A2 용지로 출력해 외부로 가지고 나왔다. 해당 설계도는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과 관련된 자료였고,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A는 회사의 허락 없이 이 설계도를 출력해 반출했다. 이 경우 A의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할까.
절도죄에서 말하는 ‘재물’이란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29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회사 설계도를 출력해 가지고 나온 행위가 절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려면, 그 대상이 형법이 말하는 ‘재물’에 해당하는지부터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절도죄의 객체와 절도 행위의 성격에 대해 “절도죄의 객체는 관리 가능한 동력을 포함한 ‘재물’에 한한다 할 것이고, 또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소유자 기타 점유자의 점유 내지 이용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자신의 점유하에 배타적으로 이전하는 행위가 있어야만 한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대법원은 절도죄에서 문제 되는 대상이 형법상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그 재물에 대한 점유나 이용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쟁점 ① 정보 자체는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먼저 문제 되는 것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설계 자료의 정보 그 자체다. 설계자료는 회사 입장에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절도죄에서 말하는 재물은 모든 경제적 가치를 가진 대상을 포괄하는 개념은 아니다. 형법상 재물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유형의 물건, 즉 유체물을 전제로 하며, 예외적으로 전기처럼 물질성은 없지만 관리·통제가 가능한 동력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관리 가능한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아울러 대법원은,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했다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가 감소하거나 피해자의 점유 및 이용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그 복사나 출력 행위를 가지고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설령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복사하거나 출력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 곧바로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쟁점 ② 출력된 설계 도면은 회사의 재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종이에 출력해 만든 설계 도면 자체는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설계 도면은 회사가 업무상 보관, 관리하던 기존 문서를 반출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외부로 가지고 나갈 목적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새로 출력해 만든 문서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에 의하여 출력된 위 설계 도면은 피해 회사의 업무를 위하여 생성되어 피해 회사에 의하여 보관되고 있던 문서가 아니라, 피고인이 가지고 갈 목적으로 피해 회사의 업무와 관계없이 새로이 생성시킨 문서라 할 것이므로, 이는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들어 피해 회사 소유의 설계 도면을 절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출력물이라는 형태를 갖추었다고 해서 곧바로 회사 소유의 문서로 평가할 수는 없고,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회사 소유의 설계 도면을 절취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물론 출력에 사용된 종이 자체는 회사 소유의 물건일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설계 정보의 반출이지, 출력에 사용된 종이 몇 장의 취득이 아니었고, 그 재산적 가치 역시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대법원은 설계 도면 출력물을 가져간 행위가 회사의 점유나 이용 가능성을 배제한 절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절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절도가 아니라고 해서 문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설계도 반출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나 그 출력물은 재물 개념에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다만 이러한 결론이 해당 행위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설계도나 기술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영업비밀 보호법 위반으로 문제 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민사상 책임이 함께 검토될 여지도 있다. 이 판결은 ‘가치 있는 정보인가’라는 질문 이전에 절도죄가 보호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 정리해 준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김한설 변호사
현재 충북 청주 및 서울에서 형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본지의 법률 자문위원으로, 법률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를 출력해 가져갔다면, 절도죄가 될까?”
- 사례 -
A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연구개발실에서 회사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설계도 파일을 A2 용지로 출력해 외부로 가지고 나왔다. 해당 설계도는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과 관련된 자료였고,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A는 회사의 허락 없이 이 설계도를 출력해 반출했다. 이 경우 A의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할까.
절도죄에서 말하는 ‘재물’이란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29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회사 설계도를 출력해 가지고 나온 행위가 절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려면, 그 대상이 형법이 말하는 ‘재물’에 해당하는지부터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절도죄의 객체와 절도 행위의 성격에 대해 “절도죄의 객체는 관리 가능한 동력을 포함한 ‘재물’에 한한다 할 것이고, 또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소유자 기타 점유자의 점유 내지 이용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자신의 점유하에 배타적으로 이전하는 행위가 있어야만 한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대법원은 절도죄에서 문제 되는 대상이 형법상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그 재물에 대한 점유나 이용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쟁점 ① 정보 자체는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먼저 문제 되는 것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설계 자료의 정보 그 자체다. 설계자료는 회사 입장에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절도죄에서 말하는 재물은 모든 경제적 가치를 가진 대상을 포괄하는 개념은 아니다. 형법상 재물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유형의 물건, 즉 유체물을 전제로 하며, 예외적으로 전기처럼 물질성은 없지만 관리·통제가 가능한 동력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관리 가능한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아울러 대법원은,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했다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가 감소하거나 피해자의 점유 및 이용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그 복사나 출력 행위를 가지고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설령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복사하거나 출력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 곧바로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쟁점 ② 출력된 설계 도면은 회사의 재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종이에 출력해 만든 설계 도면 자체는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설계 도면은 회사가 업무상 보관, 관리하던 기존 문서를 반출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외부로 가지고 나갈 목적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새로 출력해 만든 문서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에 의하여 출력된 위 설계 도면은 피해 회사의 업무를 위하여 생성되어 피해 회사에 의하여 보관되고 있던 문서가 아니라, 피고인이 가지고 갈 목적으로 피해 회사의 업무와 관계없이 새로이 생성시킨 문서라 할 것이므로, 이는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들어 피해 회사 소유의 설계 도면을 절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출력물이라는 형태를 갖추었다고 해서 곧바로 회사 소유의 문서로 평가할 수는 없고,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회사 소유의 설계 도면을 절취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물론 출력에 사용된 종이 자체는 회사 소유의 물건일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설계 정보의 반출이지, 출력에 사용된 종이 몇 장의 취득이 아니었고, 그 재산적 가치 역시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대법원은 설계 도면 출력물을 가져간 행위가 회사의 점유나 이용 가능성을 배제한 절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절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절도가 아니라고 해서 문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설계도 반출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나 그 출력물은 재물 개념에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다만 이러한 결론이 해당 행위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설계도나 기술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영업비밀 보호법 위반으로 문제 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민사상 책임이 함께 검토될 여지도 있다. 이 판결은 ‘가치 있는 정보인가’라는 질문 이전에 절도죄가 보호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 정리해 준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김한설 변호사
현재 충북 청주 및 서울에서 형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본지의 법률 자문위원으로, 법률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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